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

수학이나 과학에서 눈에 보이는 이미지는 표현 수단 그 이상입니다. 그림보다 더 깊은 존재이지요. 이 이미지는 바로 개념의 구체화입니다. 끌개를 이용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끌개는 과학자들이 위상 공간이라고 부르는 특수한 그래프 위에 형상을 그립니다. 과학자는 하나의 계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각각의 변수를 위상 공간에다 그립니다. 흔들리는 추처럼 간단한 것도 하나의 계입니다. 이 추가 마찰이 없는 환경에서 흔들리고 있어 속도가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흔들리게 된다면 위치와 속도라는 두 개의 차원으로 이 추의 운동을 나타내야 합니다. 그 결과 추의 운동을 나타내는 그래프는 원이나 고리 모양이 될 것입니다. 설사 추가 공기의 흐름에 방해를 받는다 해도 이 궤도는 기본적으로 원이나 고리 모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마찰을 받는 추는 움직임이 서서히 감소되어 결국 위치가 고정되고 속도가 영(0)인 지점에 도착할 것입니다. 이 경우 끌개는 단일한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추의 궤도는 단일한 점으로 끌리게 됩니다.

과학자는 누구나 외부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흔들리는 추의 운명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현상은 예측 불가능합니다. 바로 이런 현상을 과학자들은 ‘혼돈스럽다’ 또는 ‘혼돈을 일으킨다’라고 말합니다. 가장 좋은 예는 흐르는 물입니다. 주전자 꼭지에서 흘러나오는 물부터 심하게 요동치는 강물에 이르기까지 물결의 흐름과 소용돌이는 끊임없이 변하며, 이 같은 흐름 속에는 고요한 순간이 자리 잡기도 합니다. 계가 급격하게 변하는 과정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정의는 결코 반복되지 않습니다. 한번 되풀이되면 나머지 패턴은 충분히 예측 가능할 테니까요. 1963년 로렌츠(E. Lorentz)라는 기상학자가 대기의 흐름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그래프를 만들었습니다. 대기에 존재하는 다양한 변수를 도면에 담은 결과, 8자 모양 또는 나비의 날개 모양을 닮은 일련의 그래프(위상 공간 도형)가 만들어졌습니다. 기류의 진행 과정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기류의 흐름은 이 위상 공간 도형에 그려진 나비 모양과 언제나 비슷했습니다. 이 이미지는 매우 추상적이지만 계의 물리 운동에 대해 일정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실제) 계의 열기가 올라가서 기류가 한쪽 방향으로 돌게 되면 궤도는 한쪽 날개 주변을 돌았고, (실제) 계가 거꾸로 되면 다른 쪽 날개 쪽으로 갔습니다. 1970년대 초반 벨기에 출신의 물리학자 뤼엘(D. Ruelle)과 네덜란드 수학자 타켄스(F. Takens)는 로렌츠가 만들어 낸 것을 증명하고, 그것에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과학자들이 급격히 변하는 또 다른 계를 설명해주는 새로운 이상한 끌개를 점차 발견해내면서 이상한 끌개가 ‘프랙탈(fractal)’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프랙탈의 작은 부분을 확대해보면 전체 도형과 똑같은 배열이 확대된 부분 안에서 반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프랙탈의 이런 특성을 ‘자기닮음(self similarity)’이라고 합니다. 고전적인 사례가 해안선입니다. 해안선의 일정 부분을 확대하면 전체 해안선과 똑같은 배열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로렌츠 끌개의 두 ‘날개’는 얼핏 보면 대체로 중심이 같은 고리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인접한 두 개의 고리를 확대하면 네 개의 나타납니다. 그리고 네 개의 고리를 확대하면 여덟 개가 나타나는 식으로 되풀이됩니다.

이상한 끌개는 예측 불가능한 것을 나름대로 예측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러나 그건 어느 정도일 뿐입니다. 이것은 여러분이 친구 두 명에게 육상트랙을 돌다 보면 만나게 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친구들은 특정시간에 여러분이 어느 지점에 있을지 정확히 모릅니다. 그렇지만 여러분이 뛰어갈 궤도가 트랙이 정한 틀 안에 있다는 것만큼은 알고 있습니다.

『즐거움과 상상력을 주는 과학』(사계절)